잡담

일본의 어떤 점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판매원이 약 2000명 정도되는 키모노 관련 대기업의 체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40대의 여성인데, 연 매상 1억엔 이상을 올리는 판매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점포에서 근무하던 신입사원이 그녀의 판매방법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입사원은 판매 왕으로부터 특별한 판매 노하우를 배울 줄 알았는데, 판매 왕은 손님과의 대화의 많은 부분을 잡담만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여자 고객이 오면 물건보다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도 하고, 동년배의 여자 손님에게는 취미나 가정의 화제거리… 등, 판매에 관한 이야기는 전체의 반도 안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1억엔 판매 왕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잡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는 질문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상품만 팔려고 하기 때문에 매상이 반도 오르지 않는다. 손님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상품과 자신을 함께 팔려고 하기 때문에 매상이 배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잡담이 무엇일까요? 주어진 일과 상관없는 말을 할 때에 그것을 잡담이라고 합니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 점원이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불성실한 점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입니다. 물건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잡담은 진담보다 더 가치가 있습니다. 절대로 쓸데없는 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말입니다. 물건만 팔려고 하는 점원보다는 손님을 존중해 주는 점원을, 사람들은 훨씬 더 좋아합니다. 보통 점원은 장사에는 관심이 많지만, 손님에게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판매 왕은 그렇지 않습니다. 잡담을 하는 것 같지만, 판매보다 손님에게 최선의 관심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물건 파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면 사람을 잃을 수 있지만, 사람에 관심을 집중하면 그 사람을 얻게 됩니다. 이 판매 왕은 자신을 손님에게 판다고 했습니다. 손님을 위해서 시간을 할애해 주고, 마음을 주고, 관심을 가져 준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것은 무료입니다. 자신을 공짜로 손님에게 파는 것입니다. 그러면 손님은 당연히 고마워할 것입니다. 공짜로 사람을 샀으니까요. 그 마음이 바로 매상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판매 왕은 당연히 잡담을 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잡담은 곧, 손님에 대한 최대의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손님이 목적인 사람은 자연히 판매 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판매는 손님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판매 왕은 잡담 왕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그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장사를 잘 하는 판매원은 손님의 입장에서 판매를 하지만, 장사를 잘 못하는 판매원은 자신의 입장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판매를 하면 당연히 손님이 기뻐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단골 손님이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힘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입장에서만 볼 때에는 길이 없는 것 같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새 길들이 보이게 됩니다.